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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11일
2003년 10월 11일,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동아리 '사색' 특강 (강의기사), (ms word)
Can Life Science help Psychology? (사람은 태어난 대로 살아가는가?) 인간 유전체의 해독이 완료되기 이전의 과거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고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것이라는 견해가 매우 일방적으로 퍼져 있었다. 우리의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현대의 인지과학은 넓게 말해 마음의 과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인지과학에선 마음을 우리 두뇌 속에 존재하는 정보처리 기제로 정의한다. 우리의 두뇌는 뉴런과 뉴런의 연결망으로 구성되어 있고, 뉴런의 연결망은 단백질과 다당류, 지질 그리고 핵산으로 이루어진 세포들의 집합이다. 세포의 기능은 곧 세포핵 속에 존재하는 유전체의 발현양상으로 구현되며 그 핵심이 되는 유전체의 기본단위를 우리는 유전자라고 부른다. 위의 사실을 매우 간단히 요약하면 결국 인간의 마음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정말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의지가 아닌 유전자의 의지에 의해 조정되는가? 인간유전체의 해독과 더불어 급속도로 발전한 컴퓨터과학은 유전학자들이 유전적 이상과 관련된 대규모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 결과 헌팅턴 무도병과 같이 단 하나의 DNA 염기서열의 이상으로 발생되는 유전병들이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헌팅턴 무도병의 결과로 흥분한 일단의 유전학자들은 One gene-One disease라는 야심찬 가정에 입각해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조사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다. 쥐의 유전자 중 단 하나만을 Knock-Out 시키는 KO mouse 기술은 하나의 유전자가 개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오래가지 않아 무너지게 된다. 헌팅턴 무도병과 같이 단 하나의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은 매우 극소수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마음의 질병을 포함한 대부분의 질병들은 한 종류의 증상에 여러 유전형질이 영향을 미치며, 많은 유전형질들의 영향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 섰을 때 질병이 야기된다는 QTL (Quantitative Trait Loci)에 기반한 연구가 현재 유전병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강의에서는 이러한 일단의 유전학 연구로 밝혀진 여러 사실들에 대한 소개를 시도할 것이다. 유전자와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생물학적 개념들과 현대 유전학, 현대 신경과학에 대한 기본적 개념들은 강의 도중 언급될 많은 생물학적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고, 나아가 미디어에 등장하는 많은 생물학적 오개념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유전학이 밝힌 마음의 병들에 대한 유전적 영향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정신분열증 환자들에겐 유전적 소인이 환경적 소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프로이드 식의 정신분열 치료는 이미 실패했으며 현대의학의 정신분열 치료는 대부분 약물로 해결되고 있다. 우울증과 조울증을 비롯한 단극성 혹은 쌍극성 장애에 있어서도 유전자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우울증엔 심리치료보다 프로작이 훨씬 효과적이다. 알코올 중독과 난독증도 유전되는 경우가 매우 흔한 질병이다. 더 나아가 각 개인의 성격에도 유전자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무소불위의 권능을 가진 보이지 않는 지배자인가? 이 강의에서는 유전자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도 그렇다고 평가절하하지도 않을 것이다. 유전과 환경을 나누어 생각한다는 것은 삼각형의 넓이가 밑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 높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에 관해 논쟁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것이다. 또한 유전자 무소불위의 신세계가 도래하는 것처럼 우리를 인도한 매스미디어와 헐리웃 영화와 SF소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공포는 대부분 잘못된 이해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지능은 유전된다. 하지만 지능이 유전된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지능이 모두 부모에게서 나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정해진 유전정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확실하다. 또한 개인간의 유전정보가 다르고 이 다른 유전정보에 의해 우리의 능력이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의 키는 유전된다. 하지만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가 겨우 1~2%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가 2%라면 각 개인간의 편차도 이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서로 많이 다르지만 침팬지와 인간 사이보다 가깝다. 종 내에서 일어나는 변이의 범주는 과거의 우생학이 주장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 또한 이러한 차이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비만체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식이요법을 통해 마른 체질로 태어난 사람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키나 몸무게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바로 마음에 관한 것이다. 이제 환경의 역할에 대해 논의할 때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에 노출되어 있다. 우울증에 관여하는 유전자인 5-HTT를 예로 들어보자. 이 유전자의 여러 유전형 중 짧은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가족의 죽음, 이혼, 실직 등 심각한 정신적 외상에 직면했을 때 단형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반면 장형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이러한 위기를 잘 견뎌낸다. 또한 단형 유전자가 하나인 사람은 장형 유전자가 두 쌍인 사람에 비해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할 가능성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적 차이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흔히 이러한 연구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유전자결정론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나 결정론이란 완전히 고정되어 변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전자의 발현은 환경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5-HTT를 비롯한 모든 유전자는 Promoter라는 DNA sequence에 의해 그 발현이 조절된다. 이러한 Promoter는 외부적 영향 즉 호르몬, 성장인자 등에 의해 조절 받는 DNA의 부위다. 그리고 호르몬 레벨과 성장인자의 양은 환경에 의한 것이다. 아무리 짧은 5-HTT를 가진 사람이라도 부모의 충분한 사랑과 적당한 환경에 놓여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이러한 정보에 미리 노출되는 것은 그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아무리 긴 두 개의 5-HTT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동학대나 가정불화와 같은 환경에 처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짧은 5-HTT를 가진 사람보다 훨씬 크다. 이 말은 우리가 정해진 유전정보, 예를 들어 우울증에 잘 걸릴 수 있는 유전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반드시 우울증에 걸릴 것이라는 단선적 결정론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며, 또한 각 개인이 가진 유전적 차이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전자는 환경의 영향에 의해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게놈은 우리가 만나게 될 인생의 역사까지 모두 시뮬레이션 해놓을 정도로 크지도 않으며, 그런 완벽한 프로그래밍은 진화의 역사에서 도태되었을 것이다. 유전자는 우리가 만나게 될 환경에 대해 무지하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유전자에 의해 적절한 능력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그 이후의 일은 모두 우리자신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의 마음 중 일부는 유전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란 환경의 지배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유전자를 조절 할 수 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가지기는 하지만 우리의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으며,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이러한 한계, 예를 들어 노인성 치매와 파킨슨 병, 헌팅턴 병과 다운증후군, 는 우리가 가진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인간유전체해독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꺾어 버린 잔혹한 처사가 아니며, 우리가 우리의 유전체에 대해 더욱 많이 알게 될수록 우리의 자유의지는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다. 유전자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인간의 자유의지는 진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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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두뇌를 이해하고 두뇌가 손의 움직임을 느낀다. 그 때 과학이 시작된다.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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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안개 at 08/07 핵산에서 단백질로의 정보이동은 생명.. by 취어생 at 05/28 저는 바이러스도 엄연한 생명체라고 생.. by L.S at 05/28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남겨주신 글 보.. by 반딧불이 at 04/27 악수한 사진은 잘 모셔놓겠습니다. by chatmate at 04/11 얼떨결에 이리 되었습니다. ㅎㅎ by 취어생 at 11/28 시선/ 알고 있었습니다. ^^ Jimmy/ 참.. by 취어생 at 11/18 감사합니다. 미워하는 땅이니 더 많은 .. by 취어생 at 11/16 취어생님, 다시 여신 모습 이제야 보고.. by brolly at 09/13 [ http://my.dreamwiz.com/korean93.. by PoBio at 06/25 그런 애들이 좀 계몽을 당해야 되는데요.. by 취어생 at 03/07 취어생님께.... 그런데 적쟎은 과학 .. by 존다리안 at 03/07 종교도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따지고 보.. by 취어생 at 03/06 대중은 과학의 계몽의 대상이 아닙니다... by 취어생 at 03/06 그러고 보면 대중의 과학 계몽이 늘 실패.. by 존다리안 at 03/05 옙. 히히 :-) by 최종욱 at 03/05 오랜만입니다. 포항뜨기전에 한번 놀.. by 취어생 at 03/03 오랫만입니다. 히힛. 요즘은 블로그 하.. by 최종욱 at 03/03 누구나 처음에는 감동먹게 됩니다. 저도.. by 취어생 at 01/29 이기적인 유전자를 최근에 읽고 특히 "밈.. by imjohnny at 01/29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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