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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0월 29일
2004년 10월 29일, 도올 김용옥 선생 인터뷰: 질문지 (hwp), 대담내용, 포항공대 신문 198호
대담내용보다는 질문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 질문지 때문에 도올 선생이 인터뷰를 허락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도올이 학생들과의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고대 재직 이후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질문지는 제가 작성했습니다. 포항공대의 학생들이 모여 조직한 ‘고전강독회‘에서는 한국의 자생적인 과학사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꾸준히 가지고 있습니다. 2004년 6월에 발족한 우리 모임은 최한기의 <기측체의>와 <기학>을 시작으로 현재는 일리야 프리고진의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와 <확실성의 종말>등의 저술들을 탐독해 나가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독해 후에는 정수일 교수의 <고대문명교류사>를 독해할 예정입니다. 이 기획은 포항공대 고전강독회에서 최한기를 읽으며 토론했던 이야기들을 김용옥 선생님과 함께 나누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은 그동안 저희가 제기했고 토론했던 문제들의 일부를 간추린 것이며 선생님께서 답변하시기 쉽도록 질문의 형태로 작성했습니다. 질문은 총 3개의 섹션으로 분리했으며 1. 최한기, 2. 조선의 강한 인문주의 전통과 현재의 대한민국, 3. 한국에서의 과학사상 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섹션을 나누기는 했지만 질문의 흐름은 연결성이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기획을 통해 한국에서의 과학사상을 평가하고 앞으로 한국의 과학사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를 위한 한국에서의 과학도의 자세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인터뷰 시간을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하며 값진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한기 1. 선생님께서는 ‘기학’을 강의하시는 도중에 고등과학원의 과학자의 견해를 예로 드시면서 ‘최한기의 기학이 그리는 우주론이 현대 물리학의 우주론과 많은 면에서 일치한다‘라는 언급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150년전의 한 사상가의 우주론이, 그것도 과학이론이 아닌 형이상학적 사상체계가 현대물리학의 우주론과 절대비교 가능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2. 선생께서는 최한기의 ‘기학’이 “오늘날의 생리학이나, 생화학, 혹은 분자생물학이 도달하고자 하는 통합적 이론의 미래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통합과학으로서의 ‘기학’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3. 또한 통합과학이 왜 ‘기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선의 강한 인문주의 전통과 현재의 대한민국 4. 최한기의 사상은 '도덕 형이상학에서 과학으로의 담론의 전환‘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최한기의 사상의 맥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5. 저희는 최한기의 사상은 ‘통학’을 지향하는 학자로서의 학문적 자세를 제시해 주는 면이 강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최한기가 끊임없이 그의 저술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을 현재 대한민국의 인문학계가 어느 정도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와 관련해서 선생께서는 <독기학설>을 통해 “혜강의 사유체계를 특징지우는 단 한마디의 단어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상식 Common sense"이라는 한마디를 고를 것이다. 혜강의 모든 사유체계는 철저하게 이 상식이라는 건강성에 의하여 관통되고 있다. 인류의 진리의 역사는 상식의 역사다. 그러나 이 상식은 역사적으로 演變(연변)한다. 혜강이 19세기 중엽에 한양에서 도달한 상식의 구조는 오늘날 서구라파 문명이 고전물리학, 현대과학의 눈부신 성과를 거치면서 도달한 이성주의의 최첨단의 상식의 구조를 능가하는 상식의 구조를 과시하고 있다” 라는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저희가 학문의 열린자세와 일상성을 중시하는 학자로 이해한 최한기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상식’이라는 말과 통한다고 볼 수 있는지요. 더불어 <기측체의>에 자주 등장하는 ‘常道’라는 개념은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지요. 6. 위의 질문과 더불어 이러한 혜강의 정신 (혜강정신)은 “만약 어떤 사람이 내가 미치지 못한 다른 사물의 성실한 (진리의) 측면을 들어, 나의 기학에 첨가하고, 또 그것의 증험하는 바의 보편성이 나의 기학을 능가하고, 또 구체적 사례들에 적용함에 있어 나의 기학을 뛰어넘는 바가 있어, 그것을 천하에 밝힌다면 나의 기학은 폐지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말에서 극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한기와 동시대를 살았던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물리학자이며 원자론의 창시자인 볼츠만 또한 “다른 가정이 현상을 더 잘 표현하게 된다면, 우리는 흔쾌히 (원자의) 불변성을 포기할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둘에게서 보이는 이러한 열린 자세를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혜강의 정신이 과학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또한 선생님께서는 공자가 다시 태어난다면 데쓰메탈 락커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혜강이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7. 더불어 조선시대 이래로 여전히 강한 한국의 인문주의 성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8 그리고 구태의연한 질문이겠지만 스노우의 ‘두 문화’로 대변되곤 하는 과학과 인문학의 적대감은 어떠한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한국에서의 과학사상 9. 해방이후 한국에 과학사상의 흐름이 있었다면 무엇을 예로 드시겠으며, 현재까지의 과학사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10. 일례로 한때 참여하셨던 ‘신과학운동회’에 대한 평가를 현재 어떻게 내리고 계시는지요. 11. 카프라의 12. 또한 한국에서의 과학사상이라고 하여 동양의 전통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13. 또한 이러한 시도 중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에서 과학을 해부하고 부정하려는 반문명주의적 시도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14.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과학담론에는 과학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현재의 과학담론이 공허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15. 신과학운동의 대표적인 폐해중 하나가 바로 신비주의적 과학의 양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소광섭 교수가 김봉한의 봉한학설에서 봉한관에 해당하는 해부학적 실체를 찾았다고 언론에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해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16. 사실 한국 전통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과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은 과학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어떻게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희 모임에는 한의사 한분이 참여하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는 “직관이 발달했든, 신비주의가 발달했든, 거대한 통찰(gross insight)이 발달했든 그것은 모두 반드시 정확한 논리로 표출될 때만이 학문인 것이다. 논리의 부족이 직관의 성대함으로 메꾸어지지는 않는다. (김용옥)”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한의학이라는 학문구조가 가진 취약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측정량’은 어떻게 메꾸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한기의 저작에서도 서양의 이러한 측정기술에 대한 그의 감탄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측정량이란 뉴턴으로 대표되는 작업을 말하는 것입니다.) 17. 마지막으로 한국에도 과학문화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고, 과학사상이 꽃피워야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현재 이공계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과학관련 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행정 관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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