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10월 21일
2005년 3월 5일, 쓸데 없는 곳으로 돈이 새는 모습을 목격하고.., 관련 논의는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000원이면 될 일을 1000만원을 들여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래도 작금의 경제상황은 매우 낙관적인 것 같아 보이고, 정치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것 같던 작태를 나는 지금 보고 있는 것 같다. Science Fair 사이언스 페어 (이후 사페)는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의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로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포철로부터 돈을 받는 연구그룹들이 만나서 서로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행사로 형식은 일반적인 세미나와 만찬으로 이루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행사는 미친짓이요 한마디로 변태적인 쇼에 불과하다. 1. 세미나 도착하자마자 10명의 교수들이 15분씩 자신의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결과들을 발표한다. 15분이라는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깊이 없는 발표가 이어지고 학생들은 지루해 한다. 그리고 5분이라는 질문시간도 교수끼리의 문안인사(?)가 주를 이룬다. 세미나에 들어가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학생들은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매우 주저하며 질문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럴때 던지는 교수들의 상투적인 질문들은 듣는 이의 폐부를 찌른다. 물론 쉬운 질문이 좋은 질문인 건 자명하지만 "잘 모르겠으니 이부분을 다시 설명해 주시오"따위의 압박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교수이기 때문에 던질 수 있는 권위적인 질문이 아닌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면 발표자는 학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권위에 비친 수컷침팬지들이여!~게다가 대부분의 교수들이 세미나 시간을 넘기기 때문에 질문 시간은 5분이 채 되지도 않는다. 도대체 왜 발표를 한단 말인가. 휴식시간에 정은이가 한 말이 정곡을 찌른다. "교수님들은 평소에 서로 자기들 연구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안하나 보죠?" 연구에 열정을 가진 교수라면 자기 발로 다른 연구실을 찾아가 묻고 토론하는 것이 당연한 과학자의 일상인 것이다. 그런 일상에 충실한 사람들이라면 돈을 쳐들여 이따위 행사를 할 필요가 없다. 커피값 1000원이면 될 일을 1000만원 돈지랄을 해가며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비판이다. 뒤에 건설적 비판을 다시 한다. 2. 포스터 세션 첫번째 세션 이후 포스터가 부착된다. 두번째 세션이 끝나면 모두 만찬장으로 이동해서 밥을 먹으며 포스터를 관람(?)한다. 이곳에 걸리는 포스터란 대부분 형식적인 것이어서 모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질문도 거의 없다. 학회에서 포스터를 보며 느끼는 과학적 열정은 끓어오르지도 않는다. 모두들 밥먹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포스터 옆에는 의자가 놓여지는 것이 상례다. 외국 학회에 가보면 포스터 발표자를 위한 의자가 반드시 있다. 몇시간을 거기에 서서 일일이 포스터를 설명해 줄 체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있겠는가. 이런 배려도 없이 판때기 하나 놔둔다고 포스터 세션이 포스터 세션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인 포스터들이라고 해도 하나 뽑는데 거금 2만원이 드는 것이고 만드는데도 몇시간의 노동이 소요되는 것이다. 의자 하나로 바꿀 수 있는 분위기를 망쳐 놓는 것은 진행하는 이들이 이 행사의 과학적 효과에 대해 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젠장 포스터는 데코레이션인가? 형식적으로 만들거라면 왜 그 돈을 쳐들여가면서 학생들을 다그치는가. 3. 스탠딩 파티? 한국인들은 유난히 허리가 약하다. 동양인들의 특징이기도 한 만성 허리병은 특히 여성들에게 심하다. 그래서 우리는 철퍼덕 앉아서 술을 먹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한국의 술집엔 모두 의자가 있다. 미국유학파들은 그래도 꿋꿋이 미국식으로 파티를 한다. 부페를 차려놓고 접시와 포크 하나 주고 테이블도 없이 서서 밥을 쳐먹으란다. 밥이 안넘어간다. 우리는 양놈들이 아니다. 밥은 제대로 먹어야 밥을 먹는 것 같고 그래야 포스터를 구경할 마음도 생기는 것이다. 밥만 쳐먹고 도망가는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가. 시스템을 만들지 않을 생각이면 효과는 아예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 4. 학제간 연구? 학제간 연구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세기의 오스트리아가 그랬듯이 굳이 학제간 연구를 강조하지 않아도 과학은 원래 학제간 연구를 통해 발전해온 분야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시스템속에서 문화로 정착된다. 평소에 얼마나 토론을 안했으면 서로의 연구실에서 1시간만 대화해도 꿰뚫고 있을 이야기를 1000만원이나 쳐들여가며 헛짓거리를하고 있는가. 왕님의 제안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연구실의 구석에는 조그만 카페를 하나씩 만들고 밖에서 안이 훤히 보이도록 하라. 그리고 그곳에 누구나 들어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라. 아인슈타인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훌륭한 성과의 원인을 연구 시스템과 티타임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서로의 연구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 과학발전이란 없다. 그나마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 교수들마져 이토론 서로의 분야에 무지하다면 교수에게 착취당하는 연구원들은 학문적 교류를 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다른 랩에서 뭔가를 빌려오고 서로 공동연구를하래봤자 형식적인 것이 될 뿐이다. 과학은 다양한 분과의 학문들이 서로 대화하며 발전하는 장이다. 이런장을 원한다면 학제간 연구를 외치고 프로그램을 만들것이 아니라 오늘이라도 당장 작은 카페 하나를 만들고 아이들이 그곳에 드나들도록 하라. 카페엔 커다란 칠판이 군데군데 있고 언제라도 무언가를 쓸 수 있으며 복사기와 컴퓨터를 설치해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라. 카페는 로비에도 연구실 옆에도 있어야 한다. 그런 투자가 1000만원이면 된다. 당신들이 오늘 경주에서 벌인 미친짓거리에 쓸 돈을 그렇게 썼다면 아마도 포항공대의 생명과학 학제간 연구 프로그램은 상당한 도약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오시마가 무로이에게 바랬던 것이 무었인지 오늘 절실히 깨닫는다. 현장의 현실을 아는 한 선구자가 위로 올라가 주길 기대해 본다. 나는 그를 위해 현장에서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
ABOUT
이글루 파인더
생명에 취한 사람
손이 두뇌를 이해하고 두뇌가 손의 움직임을 느낀다. 그 때 과학이 시작된다.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티스토리로 옮기셨군요. 님의 글을 흥..
by 새벽안개 at 08/07 핵산에서 단백질로의 정보이동은 생명.. by 취어생 at 05/28 저는 바이러스도 엄연한 생명체라고 생.. by L.S at 05/28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남겨주신 글 보.. by 반딧불이 at 04/27 악수한 사진은 잘 모셔놓겠습니다. by chatmate at 04/11 얼떨결에 이리 되었습니다. ㅎㅎ by 취어생 at 11/28 시선/ 알고 있었습니다. ^^ Jimmy/ 참.. by 취어생 at 11/18 감사합니다. 미워하는 땅이니 더 많은 .. by 취어생 at 11/16 취어생님, 다시 여신 모습 이제야 보고.. by brolly at 09/13 [ http://my.dreamwiz.com/korean93.. by PoBio at 06/25 그런 애들이 좀 계몽을 당해야 되는데요.. by 취어생 at 03/07 취어생님께.... 그런데 적쟎은 과학 .. by 존다리안 at 03/07 종교도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따지고 보.. by 취어생 at 03/06 대중은 과학의 계몽의 대상이 아닙니다... by 취어생 at 03/06 그러고 보면 대중의 과학 계몽이 늘 실패.. by 존다리안 at 03/05 옙. 히히 :-) by 최종욱 at 03/05 오랜만입니다. 포항뜨기전에 한번 놀.. by 취어생 at 03/03 오랫만입니다. 히힛. 요즘은 블로그 하.. by 최종욱 at 03/03 누구나 처음에는 감동먹게 됩니다. 저도.. by 취어생 at 01/29 이기적인 유전자를 최근에 읽고 특히 "밈.. by imjohnny at 01/29 최근 등록된 트랙백
펌글은 측정가능한 밈인가.
by 한글이 꿈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2 코드에서.. by 한글이 꿈틀 X염색체의 유전자는 1098개. 그러나 Y.. by [Bloodevil] 총체적 망상의 결과물 X염색체의 유전자는 1098개. 그러나 Y.. by [Bloodevil] 총체적 망상의 결과물 Marat by 사람 사랑 ... 배움과 생각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by MyJay's Blog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by MyJay's Blog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by MyJay's Blog 리더쉽이 바꿔놓는 과학사 by 자연을 닮고픈 과학도 황우석 교수의 업적 by YY 황우석 교수의 업적 by YY 황우석교수사태 by TheLibraryOfBabel 정직의 두 이름: 황우석 사태를 보며 by 정글을 탐험하는 공학도 정직의 두 이름: 황우석 사태를 보며 by 정글을 탐험하는 공학도 일독을 권할만한 다양한 생각들 by 사람 사랑 ... 배움과 생각 Fechner, Elemente der Psycho.. by 정글을 탐험하는 공학도 氣測體義序 by Le Tiers-Instruit 누가 더 이쁜가요? by ::: The Sketchbook ::: 진화의 의미 : 서문 by 공학도의 꿈 기측체의(氣測體義): 최한기 by 생명에 취한 사람 라이프 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