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
팃포탯 Tit for Tat 과 나
2004년 10월 19일, 관련 논의는 이곳을 참고




이론과 행동은 다르다.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대로 살지 않는다. 윤리학자라고 윤리적으로 산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도 과학적으로 살지는 않는다.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독려하던 쇼펜하우어는 장수했고, 많은 윤리학자들은 비윤리적이다. 똑같은 경우는 아니겠으나 버나드 윌리암스는 이를 "비극적 선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면 자살하는 철학자들도 있고, "유전자야 엿먹어라"라며 애를 안 낳는 핑커 같은 인물도 있다. 들뢰즈도 볼츠만도 자살했다.

얼마전 타계한 존 메이나드 스미스가 게임이론을 진화론에 도입했을 때 악셀로드는 전세계의 학자들을 모아 프로그램들간의 생존게임을 시작했다. 그 첫대회의 우승자는 라퍼포트의 전략인 Tit for Tat이었다. Tit에는 Tat을. Tit for Tat 전략에서는 처음엔 상대방과 협력하고, 그 후에는 상대방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한다. 이 단순한 전략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효과적이었음이 드러났다. 이 후 많은 전략들이 등장하는데 그 이후는 잘모른다. 열라 많을 거다.

팃포탯을 보고 나는 그렇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처음엔 잘해주자, 근데 저게 배신땡기면 나도 가만 안 있는다. 우리 아버지도 언젠가 사업이 잘 안될때 내개 눈물을 보이시며 이런 말을 하신적이 있다. "나는 무조건 잘해줘. 하지만 배신하면 가만 안둬" 그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다. 그렇게 살자.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오늘 다른 실험실의 한 여자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 이전에 벌써 몇번 내가 사소한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내 기분을 팍팍 상하게 한 그 여자다. 우리 랩에서도 싸가지 없는 한 여자애와만 친한 그런 소문 안좋은 여자다. 내 마음속엔 항상 그 여자애를 떠올리면 이런 생각 뿐이었다. "우리 랩에 와서 뭐만 도와다라 그래봐라. 죽는다." 잔인한 복수를 다짐하던 나의 신념은 그 아이의 도움의 요청 앞에 무너져버렸다. 나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험 방법이 적힌 파일을 보내주며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뭘까? 나는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는 내 문제고 Tit for Tat이라는 전략이 가지는 위험성을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 내가 그 여자아이에게 구사한 전략은 정확한 팃포탯은 아니다. 오리지널 팃포탯 전략속엔 "기억"이라는 요소가 없다. 팃포탯의 프로그램은 배신한 상대에게만 복수하는 것이 아니다. 배신한 프로그램 전체가 타겟이 된다. 인간사회에 이런 전략이 횡행하게 되면? 파국이다. 하나의 배신이 시작된 순간 팃포탯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 잘못 없이 팃포탯에세 희생당한 희생자들로 세상은 가득차게 될 것이다. 물론 팃포탯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팃포탯 전략을 사용하는 세상은 불안정하다. 그곳엔 진정한 이타주의자의 존재도 필요한 것이다. 진정한 이타주의자의 존재는 팃포탯에 대한 하나의 방어막이다. 팃포탯의 폭주를 막기 위해 소수의 이타주의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소버와 윌슨의 소수 이타주의의 가정은 아마 이런 기능을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기적 유전자의 확장판에는 팃포탯 전략 이후 다양한 전략들이 소개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시기 바란다.

여하간 나는 왜그랬을까? 요원한 숙제다. 이러는 내가 싫다. T_T
by 취어생 | 2005/10/21 07:16 | 상식과 추측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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