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
이길 수 없는 기계
원문: 이길 수 없는 기계

착한왕은 그의 가상의 부인 Imiginary Wife(IW)와 결국 돈을 절반으로 나눴다. 이 게시판 '이기적 공처가의 딜레마와 sci. info 13번 글 참조하라. 미니맥스와 맥시민 전략이 최적이고 그 둘의 값이 같게 나온 그 딜레마는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의 일종이다. 제로섬 게임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하는 게임이다.

1. 한 명이 이기면 혹은 이득을 취하면 상대편은 지거나 손해를 본다. 이기적 공처가의 딜레마의 경우 착한왕이 더 많은 돈을 갖? IW는 적은 돈을 갖고 역도 성립한다.
2. 이기고 진 것 혹은 이득 본것과 손해 본 것을 합친 결과는 항상 일정하다.
실제 상황에서 제로섬 게임은 드물다. 그러나 우리가 죄수의 딜레마라는 논쟁이 왜 중요한지, 협동게임(cooperative game)이 무엇이인지 그리고 게임이론이 인간 합리성에 시사하는 바와 지금까지 게임이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제로섬 게임에 더 머물러야 한다. 이번 주제는 '이길 수 없는 기계'이다.

어떻게 하면 IW로부터 돈을 다시 뺐을 수 있을까? 포커, 마이티, 훌라 혹은 고도리를 치자고 하니 IW가 뺀다. 그녀는 아는 게임이 없다고 아주 단순한 게임을 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동전 맞히기(penny matching) 게임을 하기로 했다. 이 게임은 실제 정보학(theory of information)의 아버지 겪인 쉐넌(Shannon)이 고안한 것으로서 나중에 sci. info에 자세히 소개될 것이다.

게임의 진행은 이렇다. 서로 100원짜리 동전을 내민다. 착한왕 동전이 세종대왕 앞면이 뜨고 IW도 그런 경우, IW는 자신의 500만원에서 1000원을 착한왕에게 주어야 한다. 물론 머리 속에서 상대편이 동전 어떤 면을 내밀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동전을 까야 한다. 만약 착한왕의 동전이 뒷면이고 IW의 것이 세종대왕인 경우, 착한왕은 IW에게 1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게임을 가지고 옷벗기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니 별로 땡기지 않는 게임일 것이다. 부부 사이라면 차라리 겨울옷 수십벌을 갖다놓고 질 때 마다 벌칙으로 옷을 입어야 하는 게임이 재미날 것이다. 할 일 없는 커플이나 부부는 해보시라.

어쨌든 동전 맞히기 게임은 제로섬 게임이다. 이긴자가 100원을 가져갈 때 진자는 100원을 손해보며, 손해와 이득의 총합은 항상 0으로 일정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착한왕은 IW의 전략을 읽는다. 일종의 그녀 마음을 읽는 것이다. 동시에 착한왕은 IW가 자신의 의도를 읽지 못하게끔 해야 유리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착한왕은 IW가 동전을 까는 방식에서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앞 앞 뒤 앞 뒤" 이를 눈치 챈 착한왕 앞에 얼마 안 있어 1000원짜리 지폐를 대신하는 바둑알이 수북히 쌓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IW가 곧 눈치를 채고 위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전을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두뇌는 듣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자파의 곡에 일정 리듬이 각인 된 것일까? 착한왕의 유일한 우상이 자파 아닌가. 결국 IW는 얼마 안 가서 다시 일정한 패턴으로 동전을 까기 시작했고, 착한왕은 족제비처럼 이를 눈치 채고 다시 돈을 따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부부는 쓰잘데 없는 게임으로 주말 오후를 날렸다. 이제 IW에게 남은 돈은 50만원 밖에 없다. 갑자기 IW가 잠깐 쉬자고 한다. 착한왕은 속으로 기지배 열받았군 하면서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한참 후 IW가 믹서기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믹서기를 약간 개조했다. 보니까 이 동네 저 동네 다 돌아다니며 50만원을 100원 짜리 동전으로 바꿔왔다. 무서운 여자.-,.- 그리고는 믹서기 통 1/3 정도를 동전으로 채웠다. 전원을 꼽고 버턴을 누루자 동전들이 돌다가 동전 1개가 떼구르르 튀어 나온다. 이제 착한왕은 믹서기와 게임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게임이 진행되면 될 수록 착한왕은 돈을 잃기 시작했다. 급기야 다 털렸다. IW는 졸지에 1000만원을 확보했다.

착한왕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카드를 들고 돈 찾으러 나갔다. IW는 네 놈이 그래봤자 이길 수 없다는 식의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착한왕은 다시 500백만원을 찾아가지고 와서 게임에 임했다. 또 털렸다.

퀴즈: 아무리 뛰어난 바둑 프로그램도 프로 기사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 프로 기사도 위의 게임에서 하찮은 기계, 곧 믹서기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왜 그럴까요?

어느 정도 리플이 달린 후 다시 이 퀴즈와 관련해 sci. info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한 1년 진행하면서 게임 참가자가 자기 자신을 게임의 변수로 개입하는 경우까지 밀고 나가봅시다. 이렇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by 취어생 | 2005/10/21 11:3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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