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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1일
원문: 컴퓨터 그물망 속의 마렝 메르센
마렝 메르센(Marin Mersenne)은 1588년 프랑스 마렝에서 태어나 1648년 파리에서 죽었다. 메르센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과학자 및 수학자 집단의 의사소통을 위한 잡지나 대중매체가 없었다. 메르센의 최고 업적은 과학자 및 수학자와 서신왕래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유럽 전역에 전파한 일이다. 그와 서신왕래를 한 학자들로서 페르마(P. de Fermat, 1601-1665), 파스칼(B. Pascal, 1623-1662), 가상디(P. Gassendi, 1592-1665), 호이겐스(C. Huygens, 1629-1695), 갈릴레이(G. Galilei, 1564-1642) 및 토리첼리(E. Torricelli, 1608-1647) 등을 들 수 있다. 메르센 자신이 과학자 및 수학자 집단의 의사소통에 중심 축이었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종교적 탄압으로부터 과학과 수학을 보호한 일이다. 갈릴레이와 데카르트는 메르센에게 감사해야 한다. 메르센이 없었다면 17세기 과학혁명의 전파는 매우 느렸을지 모른다. 뉴턴의 출현으로 상징되는 17세기 과학혁명은 과학이 종교로부터 본격적으로 분리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그 당시 과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신과 결부시킨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은 발견이 인간의 능력 안에서 가능하다고 믿었다. 과학과 수학의 발견은 결코 신앙심의 결과가 아니다. 학자들이 위대한 발견을 통해 신의 전지전능함을 기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위대한 발견을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 17세기 과학혁명기 학자들의 신앙심은 축구경기 전 상대편을 이기게 해달라고 혹은 골을 집어넣은 후 기도하는 선수의 신앙심과는 다르다. 과학과 수학의 발견을 사회적으로 전파하고 집단적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했던 메르센의 역할은 오늘날 잡지 및 대중 매체로 넘어갔다. 과연 현재 전문 학술 잡지가 과학자와 수학자 집단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중심 축인가? 대중 매체는 과학을 제대로 알리는 길잡이인가? 열정을 가진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대한 발견을 한 과학자와 수학자에게만 관심의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 과학과 수학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메르센의 전기 연구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불행한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러한 연구를 찾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점은 정치권력이 개입한 빅사이언스(big science), 곧 국가 주도아래 주어진 시간계획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현대적 연구 형태에 대한 부작용의 증후군으로 여겨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과학과 수학의 전통이 약한 우리나라가 무조건적으로 빅사이언스 연구형태를 대학 사회에 정착시키려는 생각은 엄밀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여러 명의 메르센과 같은 인물일지도 모른다. 메르센의 과학적 업적은 갈릴레이를 계승하고 알린 것이다. 그는 진자운동의 원리를 표준시간 단위를 정하는 데 응용하였고 음향학에 관심이 많았다. 수학에서 그의 이름은 소위 '메르센 소수'와 결부되어 회자된다. 소수는 1과 자신 이외에 다른 수로는 나누어질 수 없는 수이다. 2, 3, 7, 11 등이 소수가 된다. 소수는 항상 다른 수보다 순수하거나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소수가 아닌 12는 '3×2×2'로 표현 가능하다. 이러한 실례는 임의의 수가 소수의 조합으로 보여질 수 있음을 뜻한다. 더욱이 갈릴레이의 추종자로서 메르센은 원자론에 관심이 깊었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고 다른 것에 의해 침투 당할 수 없다는 성질을 갖는다. 수의 세계를 원자론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면, 소수는 메르센에게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메르센은 오랜 소수 연구의 결과로서 다음 정리를 얻었다. 자연수 n이 2p-1이라고 하자. n이 소수라면, p도 소수이다. 위의 정리는 정수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증명할 수 있다. 위 정리의 역은 어떠한가. 임의의 소수 p에 대해 n, 곧 2p-1 또한 소수인가? 이 문제를 대답해주는 알고리듬(algorithm)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메르센 소수는 바로 위 정리의 역을 만족하는 수 n을 뜻한다. 메르센 자신이 발견한 가장 큰 그러한 소수는 257이었다. 여기서 한번 스스로 메르센 소수를 발견하려고 해보자. 당장 큰 어려움을 만난다. 257 이상의 큰 소수를 발견하는 작업은 인간 두뇌의 계산용량으로 볼 때 벅차다. 매우 큰 소수의 발견에 인간 두뇌보다 계산의 측면에서 빠르고 용량이 큰 컴퓨터가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메르센 소수를 찾는 작업은 개인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거대 연구소의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빅사이언스 연구형태를 띈 거대 연구소가 아무런 경제적 이윤이 없는 메르센 소수를 찾는 작업에 슈퍼컴퓨터 사용을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메르센 소수를 거대 연구소가 아니라 미국 국립 해양대기청(NOAA) 고문인 조시 핀들리가 최근에 찾아냈다. 이 메르센 소수의 자릿수는 무려 723만5천733에 이르며, 풀어 쓰는 데만 족히6주가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풀어쓸 경우 핀들 리가 발견한 메르센 소수는 25km에 달한다. 그의 개인 컴퓨터는 2.4기가 펜티엄4 윈도 XP 사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메르센 소수를 찾는 작업은 개인 컴퓨터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핀들 리가 어떻게 그러한 소수를 발견했을까? 우리가 컴퓨터 작업을 할 때 많은 경우 그냥 켜놓는다. 긴 동영상 자료 등을 내려 받을 때 특히 그렇다. 이 경우 컴퓨터 CPU 램의 일정량은 그대로 놀고있는 상태이다. 뜻 있는 네티즌들은 이렇게 놀고있는 상태의 램을 집단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 특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수십만 대의 컴퓨터 네트워킹(networking), 곧 그물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두 조건을 만족한다. 첫째, 켜진 채 놀고있는 나의 컴퓨터 CPU의 램은 다른 사람의 작업에 기여한다. 둘째, 내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 내 컴퓨터 CPU의 램은 다시 내 작업에만 봉사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해 매우 큰 메르센 소수를 찾아내는 계획 GIMPS(http://mersenne.org)가 1996년 조지 울트만에 의해 설립되었다. 8년 만에 핀들리가 다른 24만대의 컴퓨터에 연결된 자신의 개인 컴퓨터를 통해 지금까지 가장 큰 메르센 소수를 발견했다.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이번 핀들리의 메르센 소수 발견을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있다. 정말 할 짓 없는 인간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절대 컴퓨터 그물망을 통한 머드 게임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핀들리의 메르센 소수 발견에 별도의 국민 세금이 낭비된 것도 아니다. 실제 그의 발견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 권력의 개입 없이 엄청난 양의 계산이 필요한 연구를 네티즌들의 협력을 통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에 당장 겁을 먹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을 정치의 도구로 여기거나 과학기술의 인문학적 제어론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이다. 나는 이들에게 반문하고 싶다. 과연 도덕적으로 악한 계획에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까? 만약 그렇다면 대중을 계몽하겠다는 사람들은 자기모순에 빠진다. 대중이 상식적 차원에서 합리적 판단을 못한다면, 그들을 계몽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네티즌들의 협력에 의한 몇몇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실례를 들겠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뉴스그룹 유로 서버 운영회사인 이지뉴스(Easynews)는 매달 사용용량 제한이 있다. 이지뉴스는 최근 옥스퍼드 대학과 국립 암센터 기금(National Foundation for Cancer Research)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옥스퍼드 대학과 NFCR은 연구에 필요한 대형 자료처리와 계산을 위해 개인 컴퓨터 그물망을 형성하기를 원했고, 이지뉴스는 이에 동참하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사용용량을 제공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회사의 공적 가치가 올라가고, 사용자는 공익 확장에 참가할 수 있다. 그저 만남 광고를 팝업 창으로 띄우는 국내 유료 서버 운영회사들은 반성해야 한다. 관심 있는 분은 다음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http://www.researchforacure.com/site/PageServer 네티즌들의 참가에 의한 컴퓨터 그물망에 바탕을 둔 연구는 대형 계산이 필요한 생명유전정보학 등에서 여러 발견을 가져올 것이다. 컴퓨터는 이제 단순히 생활에 편리한 도구 차원을 넘어서 발견의 기반(heuristic infrastructure)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핀들리의 지금까지 가장 큰 메르센 소수의 발견은 이점을 보여준다. 그의 발견은 개인적으로 지적 유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by 취어생 | 2005/10/21 11:52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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