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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1일
원문: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 (쓰다만 글 중에서 정리한 것)
히포크라테스의 사상은 기원전 3세기경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집필된 『히포크라테스 전집』(Corpus Hippocraticum)에 집약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그는 기원전 460년에서 370년경까지 코스(Cos)에서 살은 것으로 알려진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은 히포크라테스 사상을 이어받은 학파에 의해 편찬되었다. 이를 반영하는 증거가 있다. 「고대 의술에 관하여」에서는 주로 섭생(regimen)이 강조되며 외과시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반면에 간질 및 경기로 추측되는 병의 치료에 대한 기록에는 두개골을 여는 외과시술 및 혈관의 경로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체해부가 금지되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는 반면에, 『히포크라테스 전집』에는 이미 초보적인 해부학적 지식이 등장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라는 인물이 실제 있었다는 증거로서 플라톤의 두 저서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와 『파에드로스』(Phaedros)를 들 수 있다. 플라톤에 의하면, 히포크라테스는 돈을 받고 의술을 가르쳤다고 한다(『프로타고라스』, b-c 311). 체액설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을 간단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육체란 피, 점액(phlegm), 황담즙(yellow bile) 그리고 흑담즙(black bile)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체액들이 육체의 각 부분을 형성하고 질병과 건강의 원인이 된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때 관계된 구성성분들이 강도와 양 두 측면에서 정확한 비례를 이루면서 잘 섞여 있다. 그 구성성분들 중 하나가 너무 부족하거나 혹은 과다할 때 또는 육체에서 빠져나가거나 혹은 다른 것과 섞여 있지 않을 때 고통이 발생한다"(Hippocratic Writings, p. 262). 위의 정의는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볼 때 터무니없다. 그러나 생리학 및 화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 당시 상황을 감안한다면, 위 정의 속에서 우리는 병과 건강의 원인을 경험적인 사실들에 의거해 찾으려는 정신을 감지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실례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문학』(De Caleo)을 들 수 있다. 달을 경계로 지상계와 천상계로 나눈 그의 생각은 오늘날 천문학 지식에 비추어 볼 때 터무니없다. 그렇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천문학은 천체현상을 거리 무게 등에 입각해 설명하려던 초기 시도 중 하나이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은 인간 질병의 원인을 귀신이나 혹은 신의 재앙과 같은 것에 연관짓지 않으려는 초기 시도 중 하나였다. 고대 그리스의 경우 정신 이상 및 간질과 같은 병을 신에 의한 것으로 여겼다. 히포크라테스는 그 당시 신성병(sacred disease)으로 취급된 모든 질병 또한 자연적인 원인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질병이 다른 질병에 비해 특이해 보이고 사람들의 경험부족 때문에, 그러한 질병이 단지 신성병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신성병에 대한 원인을 계절 및 나이와 성별에 따라 규명했다. 그 규명과정에서 점액과 혈액의 비례관계가 결정적인 설명력을 갖는다. 이 점은 그의 체액설이 질병과 환경 및 체질 사이의 상호관계를 중요시함을 반영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실제 지역과 기후에 따라 체질을 분류하였고, 고통을 특정 체액의 강도와 연관시켰으며, 감기도 겨울과 여름철을 나누어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신성병의 원인을 유전으로 드는데, 이에 의거해 그는 그러한 병이 결코 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됨을 뚜렷하게 보여준다고 믿었다. 심지어 인간의 지성적 능력을 공기에서 기인한다고 여겼으며, 이는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지성마저도 신체와 환경, 특히 뇌와 공기의 상호작용에서 기인한다고 믿었음을 반영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의 지적능력 조차 자연을 산물로 보는 일원론의 관점을 가진 것이다. 건강유지에 전제조건인 조화로운 체액간의 비례관계란 정해진 것이 아니다. 피타고라스 및 플라톤과 달리 환경 및 체질과 무관하게 완벽한 조화를 나타내는 특정 비례관계는 히포크라테스에게서는 가정되지 않는다. 그의 체액설에 나타나는 비례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1. 건강과 관련된 체액간의 비례는 실제 인간의 몸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모든 건강한 상태를 나타내는 초월적인 형상이 아니다. 2. 그러한 비례는 자연적인 것으로서 기후와 계절 같은 환경 및 신체부위에 좌우되며 또한 체질에 영향을 미친다. 3. 체액간의 비례 및 체액의 강도 변화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 상태와 질병 상태 모두 자연적인 현상일 뿐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을 고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원인 또한 우리가 존재하는 자연계 안에서 찾으려고 했다. 어떤 주술에 의해 병이 치료되었다하더라도, 주술은 가짜 원인이다. 질병의 진짜 원인은 경험가능한 자연적인 것이다. 올바른 진단만이 궁극적으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모든 치료법은 히포크라테스에게는 사이비 시술에 속한다. 그러나 건강과 질병 같은 인간사를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에 의거해 풀려고 했던 히포크라테스의 생각을 교과서적인 경험주의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질병의 진단에 이미 체액설과 관련된 세계관이 우선 개입하기 때문이다. 체액설에 의해 관측된 사실이 일방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체액설 자체는 결코 관측으로부터 일반화된 가설이 아니다. 또한 체액설은 전통적인 경험주의 의학과 달리 단순히 증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에 관심을 둔다. 독감이 이러이러한 바이러스에서 기인한다는 주장과 독감이 이러이러한 증상 그 자체라는 주장은 다르다. 경험주의 의학은 직접 관측가능한 증상과 치료효과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그 의학의 후손인 임상의학의 종사자는 체액설을 거부한 채 치료효과만 인정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은 질병에 대한 강한 실재주의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질병의 원인을 뜨겁고 습기가 많은 혈액, 차고 습기가 강한 점액, 간에서 발생하고 습기가 많은 황담즙 그리고 비장에서 나오고 차고 건조한 흑담즙이라는 구성성분의 관계 속에서 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치료법 체액설에 의해 질병의 원인이 진단되면, 질병이 일어난 과정에 반대되는 형식에 따라 병을 치료한다. 점액이 과해 생긴 병은 점액을 적절히 줄여줌으로써 치료가 된다고 본 것이다. 치료과정에서 계절 및 기후 그리고 환자의 나이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이러한 사실은 건강에 필수적인 체액간의 특정 비례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환경에 좌우됨을 함축한다. 히포크라테스 의술에 있어서 치료법은 섭생법(regimen), 약물(drugs)치료, 사혈법(venesection) 그리고 뜸요법(cauterization)의 네 단계로 나누어진다. 단계로 나누어 진다함은 병의 치료 순서가 그러함을 말한다. 그러한 네 가지 순서에 따른 단계별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이 치료되지 않았을 때 치유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단계별 치료법은 우선 만성병에 적용된 것 같다. 전쟁 중 입은 탈골상에 섭생법을 맞바로 적용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맞바로 약물치료부터 적용되었을 것이다. 의사는 우선 환자에게 적절한 섭생의 규칙을 제시한다. 여기서 섭생법은 음식 이외에 잠 및 운동의 양과도 관련된다. 섭생법은 비균형 상태의 체액을 원래 조화로운 상태로 돌려놓기 위한 지침서에 해당한다. 올바른 섭생을 유지한 경우 병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히포크라테스는 보았고, 특히 과식과 무절제한 절식 및 온냉과 같이 정반대 성질의 극단적 대립, 곧 정반대의 것의 신속한 상호교환 등을 위험한 것으로 경고한다. 그는 질병의 치료를 환자의 생활습관과 생활방식(life style) 및 환경에 연루시켰다.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은 실제 현대에 많이 무시된다. 인간의 몸이란 미국이든 한국이든 갖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법이 너무 강하게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례로 미국의 어떤 연구팀이 아침보다 저녁 10분 가량의 운동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발표했다고 하자. 과연 그 연구결과가 다른 음식문화와 기후 그리고 체질을 갖는 한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까? 히포크라테스는 아마도 아닐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섭생법으로 병이 치료 안 될 때 약물을 사용한다. 그 때 대표적인 약용식물이 헬리보어(hellebore)이다. 이 식물은 심한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데, 이로부터 질병의 원인이 되는 과다한 체액이 흘러나간 것으로 히포크라테스 주의자들은 믿었다. 헬리보어는 독극물을 포함하고 있어서 환자를 사망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이 체액설을 강하게 믿는 한에서, 역시 이 식물을 약용으로 사용하는 데 큰 반대는 없었을 것이다. 불과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청산가리가 매독의 치료에 사용되었음을 기억하자. 이러한 실례는 병이 깊어지면, 환자 스스로 죽음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새로운 치료법 혹은 독극물 치료법마저도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섭생법 이전에 맞바로 독약을 써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체액설은 대중으로부터 전혀 신뢰를 못 받았을 것이다. 약물로 치료가 안 될 때 직접 피를 뽑아내어서 과다한 체액을 제거한다. 이 때 상처 혹은 통증 부위로부터 가급적 먼 곳에 칼로 피부조직을 자른 후 천천히 피를 뽑아 낸다. 맞바로 상처 혹은 통증 부에서 피를 뽑는다면, 널리 퍼져 있는 과다한 체액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 하거나 아니면 갑작스럽게 과다한 체액의 방출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긴 것 같다. 방출할 체액의 양 및 칼을 대야할 위치 선정 등에는 시술자들 사이에 개인적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혈법을 위해 칼 및 여러 가지 도구가 개발되어야하기 때문에, 사혈법은 외과술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외과술이 개발되지 않았을 때는 거머리와 같이 흡혈동물을 사용했다. 사혈법에서 거머리를 사용하는 방법은 바그너가 살았던 19세기에도 여전히 행해졌다. 그 자신도 그러한 치료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혈법에 의해서도 병이 치료가 안 될 때 뜸 요법을 사용한다. 말이 뜸 요법이지 피부조직을 태우는 것이다. 이 때에도 가급적 통증 혹은 상처 부에서 떨어진 부위를 태운다. 피부조직을 태우는 것은 소독과 관련된다. 더 이상의 감염을 막거나 상처에 남아있는 감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불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지만, 히포크라테스 의술에서는 다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체액을 제거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피부를 태우는 요법을 사용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나오는 많은 질병기록을 보면, 오줌과 같은 액의 양에 대한 기록이 빠지는 적이 거의 없다. 체액설을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많은 부분이 불합리하거나 혹은 미신 같이 느껴진다. 외상과 내상의 원인을 구별하지 않은 점, 약물 사용에서 잘못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체액설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세균에 의한 감염 등을 체액설로 설명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점 등등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체액설은 그 당시 통용된 의학사상이다. 신비주의와 결별을 선언한 체액설의 관점은 현대 서양의학의 시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히포크라테스(윤임중 옮김): 『의학이야기』, 서해문집. Hippocrates: Hippocrates, Works, trans. F. Adams, New York: Loeb 1981. G.E.R. Lloyd(Ed.): Hippocratic Writings, London: Penguin Books 1983, p. 262. T. Sorell: Seventeenth-century Materialism: Gassendi and Hobbes in G.H.R. Parkinson(Ed.): The Renaissance and Seventeenth-century Rationalism, London: Routledge 1993. http://classics.mit.edu//Hippocrates에 있는 아담스(Francis Adams)의 『히포크라테스 전집』 번역 # by 취어생 | 2005/10/21 11:5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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