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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1일
원문: 첨성대에 담긴 개천설과 상식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배웠지만 논란이 많다. 어떤 이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봉화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첨성대는 천문대로 기능하기에는 높이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차라리 그 당시 사람들이 믿던 우주의 구조를 형상화시킨 상징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27층의 동심원 형태의 꼭대기 '정'(井)자형 돌은 28개의 별자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27층까지 돌의 수는 366개로서 1년을 상징한다. 탑을 받쳐주는 기단석의 수는 12로서 1년 12달을 상징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첨성대에 뚫려있는 4각형의 구멍의 용도는 모른다. 구멍이 정면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 구멍에서 별을 관측했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첨성대가 정말 천문대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제쳐두자. 첨성대가 그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우주의 구조를 형상화시킨 상징물이라는 점에 동의하자. 그 우주의 구조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천설(蓋天說)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개천설은 혼천설(渾天設)과 함께 중국 고대 우주론을 대표한다. 혼천설은 평면의 지구를 둥근 천체가 덮고 있다는 우주 구조론이고, 구 개천설은 평면 사각형의 지구 위에 원판이 떠있다는 우주 구조론이다. 구 개천설의 약점은 하늘이 원판인 이유로 밤에 어두워지는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구형으로 수정된다. 이렇게 수정된 신개천설이 지금 보통 일컫는 개천설이다. 중국의 삿갓은 원뿔 모양의 우리 삿갓과 달리 반구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말로 개천설을 압축하여 부른다. 첨성대가 바로 그런 천원지방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주론을 논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현대 우주론은 과거 천문학과 물리학이 다른 과학 및 기술과 함께 융합된 형태이다. 천문학은 주로 천체 현상을 관측하여 주기적인 사건을 예측하는 학문이었고, 그러한 예측을 위해 우주의 구조에 대한 논의가 뒤따랐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이러한 관점에서 고대와 중세의 천문학을 이해해야 한다. 프톨레마우스의 천동설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둘 다 운동의 원인을 다루지 않았음을 기억하자. 갈릴레이 이후 천문학과 운동의 원인을 다루는 물리학, 그 당시 자연학을 통합하려는 이상이 널리 퍼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천문학을 물리학에 귀속시키는 작업이라 볼 수 있고, 최초의 성공은 뉴턴에 의해 이루어졌다. 현대 천문학은 단순히 물리학의 운동법칙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한 화학의 정성 분석이 중요하다. 이에 의해 별의 대기 등을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다. 오늘날 천문학의 복잡한 성격을 인정한다면, 현대 우주론 또한 그럴 것임은 당연하다. 과연 개천설에 담긴 상식은 무엇인가. 집단의 이념을 떠나 상식적으로 모두 잠정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믿음은 지각 경험의 대상들과 직접 관련된다. 돌맹이, 나무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아직은 달에 신혼 여행을 가서 지구 전체를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는 지각 경험의 대상, 곧 일상적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별과 달은 일상적 대상이 된다. 일단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늘은 어떠한가? 하늘은 분명히 나무와 같은 일상적 대상들이 공유한 상질을 갖지 않는다. 나무와 같은 일상적 대상은 다른 대상과의 시공간적 격리, 그리고 관찰 상황 동안 지속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늘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하늘의 파란 색이 빛의 산란 효과의 결과임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을 갖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하늘을 대상처럼 여겼다. 모든 대상이 갖는 특징인 색과 형태가 분리되어 경험되지 않는다는 점도 하늘과 나무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늘을 대상처럼 여기는 것은 비록 틀렸지만, 그것은 상식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의 관점을 먼 옛날 고대로 옮기자. 우리 모두는 하늘을 나무와 같은 대상으로 여긴다고 하자. 나무에 비해 이토록 큰 하늘이라는 대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일상 경험은 동의할 만한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 땅과 하늘의 기원에 대한 최초의 문화적 대답은 신화 속에서 나타난다. 개천설이든 혼천설이든, 둘 다 태초 우주 발생의 신화에서 갈려져 나왔다. 중국의 우주 신화의 기록은 회남자(淮南子)에 기록되어 있다. 천지는 형체가 생기기 전에는 혼돈 상태였다고 한다. 이 혼돈 상태의 실체가 氣라는 것이다. 동양철학자들은 종종 기가 혼돈 상태 속에 있다고 표현하지만, 이런 표현은 기 철학의 일원론적 성격을 죽일 수 있다. 기의 한 상태가 혼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신화에서 과학이 분리되기 전, 사람들이 가장 확실히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일상 경험이다. 그리고 일상 경험의 발견을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설로 확장시키는 것은 자연 이해의 출발점으로 봉사한다. 그러한 가설의 확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귀납이 아니라 다양한 현상을 통합 설명하려는 개념적 장치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가벼운 것이 뜨고 무거운 것이 가라앉는 현상을 경험하였고, 이 경험을 우주 구조론에도 적용한다. 혼천설의 경우 땅과 하늘 사이에 물이 있어서 땅과 하늘이 움직인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회남자의 경우 하늘을 가벼운 것으로 보았고, 땅은 무거운 것으로 보았다. 가벼운 것에 맑은 기운을 연관시킨 것 또한 상대적으로 투명해 보이는 물 표면에서 영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회남자에 기록된 우주 신화의 특징은 하늘을 이루는 땅을 이루는 소재를 다르게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모두 기 활동성의 산물이다. 이쯤 되면 상식에서 출발한 우주 구조론에 역사적이고 문화적 요인이 뒤섞인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리스의 4원소를 보면 우주를 구성하는 소재가 여러 개다. 이러한 차이는 자연의 이해하는 방식의 역사 속에 미리 형성 어떤 것에 의존해서만 구명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제쳐두자. 그렇다면 하늘은 고체인가 아닌가? 동일한 일상 경험에 근거해 둘 다 긍정할 수 있다. 딱딱한 대상처럼 보이는 현상도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실례로 연기 및 안개를 들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얀색의 움직이는 대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그렇지 않다. 하늘을 이렇게 본다면 하늘은 통상적인 의미에서 대상처럼 여겨질 수 없다. 그것을 대상으로 취급하려면, 나무와 같은 대상에 적용되는 기준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개천설의 경우 하늘을 고체로 본 우주 구조론이다. 하늘로 가깝게 다가간다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하늘을 그냥 기가 가득 찬 공간으로 보는 고대 우주 구조론은 득세하지 못했다. 하늘을 고체 대상으로 취급한 이유 중에는 한자의 특별함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많은 현재 연구는 고대 한문이 주로 명사형으로만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군군(君君)을 임금은 임금다워야 한다고 해석하지만, 원래 한문에서는 큰 임금 개념에 작은 임금 개념이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상식에 근거한 자연의 이해가 언어의 의미론적 구조(semantical structure)와 맞물려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 주장이 맞바로 세계 자체가 언어의 구성물이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함축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지각 경험에 언어적 개념 능력이 합성 된 상태에서 세계의 해석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건전하다. 그리고 지각 경험의 구성 방식은 자연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각 경험은 단순히 우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 자연적 제한을 두뇌에만 국한시키는 모든 과학적 설명을 비상식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각 경험은 내 몸을 포함한 일종의 시공간적 방(spatio-temporal room)이고, 현대 과학은 그것이 물리학이든 뇌신경학이든 어떻게 그런 방이 형성되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뇌 기능을 들먹이는 것은 그저 지각 경험의 일부 인과적 원인만을 운운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각 경험의 시공간적 방 형성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자제한다. 훗날 보게 되리라. 어쨌거나 개천설은 회남자에 나타난 신화에서 탈피해 태양의 일주기 운동과 같은 반복적인 현상을 구제하려는 중국 최초의 합리적인 우주 구조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현상을 구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천설은 다른 우주 구조론에 그 자리를 양보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론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동시에 변화해 나갔다. 그렇지만 개천설 이후 동양의 우주 구조론은 과학적 천문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우주 구조론은 달력을 만드는 역법에서 중요한데, 결국 서양 천문학이 들어오면서 역법마저도 잡아먹는다. 이것은 단순히 서양 문화의 지배가 아니다. 예측에 있어서 실제 서양 천문학이 동양 천문학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페르니쿠스 이후 서양 천문학은 운동의 원인을 다룬 물리학과 결합함으로써 천구의 운행 방식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따졌다. 천구는 아니지만 실험실 안에서 특정 측정량을 재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과학이 제공할 수 있는 예측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동양은 왜 그런 식으로 천문학을 포함한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을까? 천구의 구조 정도에만 관심을 갖고 그것을 기 개념에 근거해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했지만, 정확한 측정량과 예측결과와 맞물린 천구 운동의 원인에 대해서는 왜 무관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동양 천문학이 역법과 점성술과 관련해 정치 제도에 귀속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언급된 문제는 더 따져봐야 알 것이며, 한 가지 중요한 점만을 지적하자. 서양 천문학이 수용되면서 조선 후기에 중국적 사유 방식을 벗어나 실제 규명할 수 있는 설명 방식에 사람들이 관심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마음에 두고 조선 후기 학자들을 대하는 것과 그들을 새로운 관점을 생산시킨 혁명가로 대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 것이다. # by 취어생 | 2005/10/21 12:01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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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두뇌를 이해하고 두뇌가 손의 움직임을 느낀다. 그 때 과학이 시작된다.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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