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
유전학
원문: 유전학

유전학은 글자 그대로 선조의 형질(traits)이 후손에게 전해지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상적으로 유전 개념은 각 시기에 반복해 나타났으며, 후천적 경험이 유전된다는 용불용성의 관점은 이미 고대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도 나타난다.


현대 유전학의 기원은 멘델(G. Mendel 1866)의 재발견 이후 1920년대와 30년대를 풍미한 우생학(eugenics)이다. 우생학의 유행은 나치의 도용에 의해 2차 대전 이후 급속히 감소한다.(D.B. Paul 1984) 그렇지만 그 사이에 물리학과 화학에서 생물학으로 관심을 돌린 학자들 덕택에 오늘날 분자생물학의 길이 열렸다. 생물학에 대한 그 당시 물리학자들의 관심은 슈뢰딩거의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에서 잘 나타난다.


1950년대 왓슨(J.D. Watson 1953) 등에 의해 DNA의 이중 나선구조가 밝혀지면서 현대 유전학은 급속도로 발전한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전통적인 유전학'(traditional genetics)을 1950년대에서부터 80년 사이의 유전학을 지칭할 정도다. 급기야 '인간 지놈계획'(human genome project)이라는 연구분과가 형성되었고, 유전자의 특성에 의해 인간의 모든 행위 및 성격까지도 설명해내려고 한다.


지놈계획은 고전적인 유전학 정의를 더 이상 통용될 수 없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유전학에서는 유전자 결정론(gene determinism)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형질은 일반적으로 신체적 특징에 국한되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범죄 심리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띤다.(D.E. Koshland 1990) 신체적 특성과 관련된 형질은 일반적으로 표현형(phenotype)으로 불린다. 유전자 결정론은 범죄현상과 같은 사회현상 혹은 IQ등도 유전자(gene)에 의해 설명하려고 한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들의 모임(a set of genes)인 유전형(genotype)이 어떻게 특정 표현형을 생성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현대 유전학을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다. 또한 상당수 유전학자는 모든 표현형이 유전형에 의해 생성된다고 믿지 않으며, 이에 대한 증거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유전학자가 유전자 결정론에 동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유전형에 의한 표현형의 생성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유전학이라는 생물학적 정의는 현재 유전학을 둘러싼 논쟁을 포함할 수 없다.


생물철학에서 중요한 논쟁 중 하나는 현대 유전학과 진화론의 관계이다. 유전자 결정론자들은 모든 표현형이 유전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형질 변이(variations)란 단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환경 요인 혹은 자연선택 과정에서 유전자의 점진적 변이는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전자 결정론은 진화론과 어울릴 수 없다.


반면에 유전자 환원론(gene reductionism)은 다르다. 현재 유전 가능한 표현형에 대해서만 그것을 생성시키는 유전형이 있고, 모든 표현형이 유전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현재'라는 표현에 유의하면, 모든 유전 가능 인자가 오로지 유전자의 조합인 유전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변이와 다윈의 변이 보존의 복잡한 기제, 곧 유전과정에 환경 요인 및 자연선택이 끼어 들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유전자 환원론은 선택의 단위(selection entity)를 오로지 유전자로 간주한다. 선택의 단위를 개체로서 유기체 혹은 종으로 보는 진화론자의 경우, 유전자 환원론이 막 바로 진화론에 흡수될 수 없다고 여긴다.


현재 유전학에서 표현형과 유전형 사이의 관계를 따지는 방식은 과거 우생학과 관련된 집단 유전학(population genetics)과 다르다. 과거 정량적이고 통계적인 방법론에 의거한 집단 유전학의 경우 유전자라는 용어가 빠진 대신에 인자(allele)와 장소(loci) 개념만이 사용되었다. 유전의 최소 단위인 유전자는 가정되었을 뿐 그 실재가 밝혀지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현대 유전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개념들이 있다:

유전자(gene): 각 유기체(organism)에서 특정 유전 인자(allele)를 표출시킨다고 여겨지는 최소 단위
유전형(genotype): 유기체의 유전형은 그것의 모든 유전자의 모임
장소(loci): 각 유전자가 차지하는 염색체(chromasome)의 특정 장소
상동 염색체(homologous chromasomes): 동일한 적소들만을 갖는 염색체들
단수(haploid): 한 유기체가 동일한 염색체만을 포함한 경우
배수(diploid): 한 유기체가 서로 짝을 이룬 상동 염색체를 포함한 경우
복수(polypoid): 한 유기체가 배수 이상의 상동 염색체를 포함한 경우
동형접합(homozygous): 한 적소에 두 개의 동형 인자가 위치한 경우
이형접합(heterozygous): 한 적소에 두 개의 다른 인자가 위치한 경우

과거 멘델 유전학은 이렇게 새로운 개념으로 무장한 현대 유전학의 하나의 특수한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 유전학은 이미 언급되었듯이 그 자체의 성격규명 혹은 정체성 및 진화론과의 관계설정과 관련해 많은 철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

D.E. Koshland: "Rational Approach to the Irrational", Science 250, 1990, 189.
G. Mendel: "Versuche ueber Pflanzenhybriden", Verhandlung des naturforschenden Vereins in Brunn 4, 1866, 3-44.
D. Paul: "Eugenics and the Left",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45, 1984, 567-90.
J.D. Watson and F.H.C. Crick: "Molecular Structure of Nucleic Acids: A Structure for Deoxyribose Nucleic Acid", Nature 171, 1953, 737-8.
by 취어생 | 2005/10/21 12:05 | 트랙백(1)
Tracked from [Bloodevil] .. at 2007/02/07 20:39

제목 : X염색체의 유전자는 1098개. 그러나 Y염색체에는..
2007년 2월 NEWTON X염색체의 유전자는 1098개. 그러나 Y염색체에는 불과 78개. 인간 지놈 계획이란 인간이 지닌 22종류의 상염색체와 X염색체, Y염색체를 합친 24종류의 염색체에 있는 모든 DNA의 염기 배열(유전 암호)을 빠짐없이 읽어 내려는 장대한 프로젝트이다. 1991년에 개시된 이 계획은 윗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지 꼭 50주년이 되는 2003년 그 완료......more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