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1일
종(Species)
원문: 종(Species)

종은 분류에 있어서 '최소 단위'(basic unit)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존재론적 측면에서 종은 개체에 좌우되지만, 분류에 있어서 종은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취급된다. 개체의 분류는 종에 근거한다. 존재론적 차원에서 종 실재론은 논쟁의 대상이지만, 분류학 작업(taxanomic practice)에서 종개념의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분류학에서 종개념의 두 가지 중요 성질인 모임구성(grouping)과 자격(ranking)이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구분되기 시작했다.(J.R. Gregg 1950, E. Mayr 1963, D. Hull 1965) 분류의 단위로서 종은 유기체들의 특정 모임일 뿐 모든 모임이 종은 아니다. 어떤 모임이 종 자격을 갖는가를 따지는 것이 자격의 문제이다. 모임구성과 자격에 관련된 연구 덕에 종간에 정해진 위계질서가 있다는 관점은 진화론의 탄생과 더불어 더 이상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린네(Linnaus)는 분류의 기능적 단위로서 종을 인정했다. 라마르크(J.B. de Lamark)는 종을 지역적으로 격리된 집단으로 파악했으며, 다윈에 이르러 종의 위계질서 개념이 완전히 포기되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분류학과 진화론의 갈등 양상이 논쟁거리로 등장하였다. 기존의 분류체계가 진화론에 맞바로 적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점은 방법론에 있어서 진화론과 분류학의 극단적인 갈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분류체계를 협약(conventions)으로 간주하며, 자연선택에 의한 계통발생의 단위로서 종 분류에 맞게끔 분류체계를 조절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K.E. Holsinger 1984) 선택의 단위(selection unit)는 개체이지만, 진화의 단위(evolutionary unit)는 종이다. 모든 진화의 단위가 분류의 단위는 아닐지라도, 모든 적절한 분류의 단위는 진화의 단위로 간주한다.


종이 존재한다면,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집합(set) 혹은 류(class)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종 분화(species splitting)의 설명이 어렵다. 종과 개체의 관계를 집합과 원소(elements)의 관계로 설정하는 방식은 종을 자연류(natural kinds)로 취급하는 방식과 연관된다. 종을 자연류로 취급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본질주의(essentialism)를 함축하기 때문에, 각 종에 해당하는 본질(essence)을 가정한다. 인간 종에만 해당하는 염색체를 가정하는 것이 대표적 실례가 된다. 종을 자연류로 취급한 방식은 종 분화 및 변이를 설명하기 힘들뿐더러, 극미세계에 작용하는 결정론적 자연법칙(natural laws)의 보편성을 인정한다. 종에 해당하는 모든 성질은 궁극적으론 그러한 법칙에 의거해 환원 설명될 수 있어야한다. 그러한 설명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종이 집합 혹은 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헐(D. Hull 1976)과 기셀린(M. Ghiselin 1987)은 종 자체를 개체로 본다. 이 경우 개인적으로 추측해보면, 종과 개별적인 유기체 사이의 관계란 절대 집합과 원소의 관계가 아니라 '전체 대 부분의 관계'(mereological relation)가 될 것이다.


종을 개체로 파악하는 과점은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았다. 우선 종이 유사성 혹은 분유 하는 형질에 의해 개체의 모임으로서 간주된다는 직관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직관을 구제하기 위해 마이어(E. Mayr 1987)는 생물종(biological species) 개념을 주장한다. 생물종이란 생식적으로 격리된 혹은 잡종이 불가능한 유기체들의 집단이다. 생물종 개념은 근본적으로 유성생식에만 해당한다. 따라서 무성생식을 하는 유기체의 집단은 더 이상 종으로 취급될 수 없다.


반면에 미쉴러와 브랜든(B.D. Mishler and R.N. Brandon 1987)은 통합(integration)과 집중(cohesiveness)라는 유기체의 특성이 종에 해당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계통발생학적 종(phylogenetic species)개념을 주장한다. 이 경우 다윈의 공동 후손설 때문에 모든 유기체가 하나의 종에 묶일 수 있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막으면서 현재 인정되는 분류체계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부과된다. 그러한 조건들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의 일치가 없다.


계통발생학적 종개념이 개체로서 종개념을 과연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종의 성질들이 자연선택의 결과, 곧 거시적 차원의 결과로서 미시적 차원으로 환원 불가능하다고 해보자. 이러한 가정 하에서 종은 유기체의 성질을 가질 수 있고, 그 성질은 개별적인 유기체의 생물학적 성질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개체와 종의 엄격한 구분은 없고, 그들의 상대적 차이란 미시적 그리고 거시적 차원에서 구분된다. 개체와 종 둘 다 알고 보면 유기체이다. 계통발생의 역사적 단위로서 유기체는 종이며, 종은 결코 집합 혹은 류 혹은 생물종이 아니다. 반면에 계통발생의 인과적 단위로서 유기체는 개체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엄밀한 검토와 연구가 요구된다.


반면에 종 다원주의(pluralism) 입장도 있다.(P. Kitcher 1984) 종개념은 다양한 문맥, 실례로 진화론적 혹은 기능주의적 문맥에 따라 좌우되며, 그 모든 문맥이 생물학적 방법론에서 인정되어야한다. 계통발생학적 종개념을 지지하는 이들 또한 약한 다원주의를 옹호한다. 그 이유는 지구상 모든 유기체가 계통발생학적으로 하나의 종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를 풀기 위해 부과시킨 조건들의 다양성에 있다. 다원주의 입장은 쉽게 종 유명론(nominalism) 및 상대주의(relativism)에 빠지거나, 아니면 다원주의 입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새로운 존재론(new ontology)이 요구된다. 그러한 존재론에 대한 관심사와 연구는 현재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원주의에 대한 논쟁은 '일원론 대 다원주의'를 참조)

D. Hull: "The Effect of Essentialism on Taxanomy: 2000 Years of Stasis", British Journal of Philosophy of Science 15/16, 1965, 314-26/ 1-18.
D. Hull: "Are Species Really Individuals?", Systematic Zoology 25, 1976, 174-91.
J.R. Gregg: "Taxanomy, Language & Reality", American Naturalist 84, 1950, 421-33.
M. Ghiselin: "Species Concepts, Individuality, and Objectivity", Biology and Philosophy 2, 1984, 104-110.
K.E. Holsinger: "The Nature of Biological Species", Philosophy of Science 51, 1984, 293-307.
P. Kitcher: "Species", Philosophy of Science 51, 1984, 308-333.
E. Mayr: Animal Species & Evolution, Harvard University 1963.
E. Mayr: "The Ontological Status of Species: Scientific Progress and Philosophical Terminology", Biology and Philosophy 2, 1987, 145-66.
B.D. Mishler and R.N. Brandon: "Individuality, Pluralism, and the Phylogenetic Species Concept", Biology and Philosophy 2, 1987, 397-414.
by 취어생 | 2005/10/21 12:0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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