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2일
정직의 두 이름: 황우석 사태를 보며
원문; 정직의 두 이름: 황우석 사태를 보며 by 김우재

과학자 하나를 두고 나라가 떠들썩 하다는 것이 이젠 생소하지 않다. 이 땅엔 과학의 전통이 없다. 이미 물리학의 혁명적인 날들이 다 지나가고 생물학의 여명이 싹트던 시절에도 일제의 식민지였고, 이 후에도 전쟁으로 정신 없던 이 땅에선 과학이 정치와 경제논리에 밀려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 전통은 부재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 과학자가 언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미 2004년 체세포 핵치환 기술을 통해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발표했던 그 과학자는 2005년에는 치료용 복제세포의 가능성을 앞당기는 논문을 발표했고, 연이어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 실은 그것이 다가 아니다. 황교수 연구팀의 연구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스너피 탄생 이후 그의 이름이 주요저자로 등록된 논문만 이미 7개다. 그에 관한 세간의 소문들, 그를 둘러싼 윤리적 갈등들, 정치적 선동, 모두 뒤로 하고 싶다. 최근의 사태는 어찌 보면 그가 불러온 사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하나의 과학적 성과물을 다루는 것은 과학적 전통 속에서 기능하는 과학의 모습을 왜곡하는 일이며 나아가 앞으로 한국에서 탄생할 모든 과학적 연구성과들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언론의 반응은 뚜렷하게 둘로 나뉜다. 한 쪽은 네이쳐와 사이언스지, 그리고 이들의 반응을 야기한 새튼 교수의 말에 집중해서 황우석 교수의 윤리적 비정직성을 부각시키고, 한 쪽은 이러한 윤리적 비정직성은 불법이 아니었으므로 연구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후자에서는 자발적 난자 기증운동까지 시작하는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의 논리 중 비정직성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나누어보아야 하는 문제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후자의 논리는 결론은 맞지만 전적으로 황교수를 옹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단 네이쳐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물론 권위를 가진 학술지에서 내는 논평이기에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의미 있을 수는 있지만, 네이쳐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이익당사자가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난자증여의 경우 황우석 교수는 관련 연구를 모두 사이언스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속 방안들이 중요하다면 우리는 사이언스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접근하는 지에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사이언스지는 18일 새튼과 황우석 교수의 결별소식을 다루면서 새튼이 제기한 난자제공 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18일자의 글은 논평이 아니라 도쿄 통신원의 뉴스였으며, 도날드 케네디 사이언스 편집장의 말을 짤막하게 언급하고 있다. 그가 말한 내용은 “새튼교수가 제기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편집자들은 황교수팀의 논문을 승인할 때 세심하게 조사해 왔고, (새튼의) 의혹에 대한 답변이 (황교수에게서) 나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이 적절한 조치가 논문의 취소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지와 네이쳐지의 정책을 들여다 보아도 연구에 사용된 재료들을 어떻게 채취했는지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별로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구한 재료들을 불법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질 경우의 정책인데, 이에 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 만약 누군가 그런 정책을 찾아준다면, 그래서 이런 경우 논문이 취소된 경우가 있었는지 알려준다면 나의 무식을 인정할 것이다.

과거 네이쳐지나 사이언스지에서 논문이 게재 된 후 취소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논문 게재가 취소되는 경우는 연구자가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행한 비윤리적인 행위가 발견될 때이지, 연구자가 과학의 테두리 밖에서 행한 비윤리적인 행위에 관해서가 아니다. 이 말을 쉽게 풀자면, 게재된 논문의 데이터 등이 조작된 경우 논문이 취소될 뿐, 이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연구자가 행한 과학 외적 윤리적 행위에 관해서는 논문 게재취소를 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황교수의 난자 기증 거짓이 밝혀지자마자 프레시안에 글을 두 편이나 기고한 피츠버그대의 이모 교수는 이를 “과학자의 정직성”이라 칭하며 둘을 혼동하고 있다. 물론 황교수가 결과적으로 거짓을 말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가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증거가 있는가? 이교수가 황교수를 거론하며 예로든 미국 교수의 해고는 아마도 최근 뉴사이언티스트지를 뜨겁게 달군 Luk Van Parijs라는 MIT교수의 경우일 것이다. 파리즈 교수가 해임된 것이 “과학자의 정직성”과 직결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정직성의 종류가 다르다. 또한 그 정직성을 지키는가 아닌가에 따라 과학자에게 가해지는 피해의 종류도 다르다. 파리즈 교수는 데이터를 조작했고 이런 식으로 수 많은 논문을 출판했다. 이것은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의 비정직성이다. 황우석 교수는 난자를 얻은 방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고 몇 마디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는 과학 테두리 밖에서의 비정직성이다. 전자의 경우 이는 과학의 미덕을 해치는 행위이며 후자의 경우보다 과학자 사회에서 더더욱 금기시되는 행위이다. 후자의 경우 사회적 비난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과학의 미덕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 교수는 이 둘을 함께 섞어 사용하고 있다. 이 둘을 섞을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자의 특정 연구성과가 과학 외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간주될 때 그 연구의 과학적 의미조차 훼손된다.

또한 이 교수는 황교수가 2005년 발표한 논문의 연락저자(corresponding author)가 누구인지 착각하고 있다. 난자 기증의 문제가 제기된 논문은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고, 2005년의 연락저자는 새튼과 황우석 교수 공동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교수의 논리대로라면 연구의 책임은 새튼과 황우석 교수 모두에게 있고 윤리적 정직성이니, 도덕적 무게니 하는 모든 책임이 둘에게 공통으로 주어진다.


이 교수가 어떤 과학자 사회에서 어떤 논문들을 어떤 정직성의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과학자 사회에서 "정직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단 하나다. 그것은 한명의 과학자가 그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재생산" 가능하고 시대를 넘어서도 "재현" 가능한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관해서이다. 과학자가 사회적으로 져야할 윤리적 의무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만약 금전을 지급하고 난자를 제공받는 것이 그러한 윤리적 기준에 준하지 않는다면 이에 관해 그를 비판하면 그 뿐이다. 하지만 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 "과학적 정직성"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게 되면 과학이 가진 전통은 사라진다. 과학에서의 정직성은 연구에 관한 것이지만, 연구에서의 정직성 중 과학자들이 민감하고 또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그 "연구결과의 신빙성"이지 연구자의 "개인적 정직성", "윤리적 정직성" 따위가 아니다. STS출신의 한 사회학자가 이 교수의 글이 단연 돋보인다고 말했다면 그가 과학적 전통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도 가지지 않았으며, 이 교수가 의도했던 아니던 과학적 정직성을 모호하게 뒤섞음으로서 과학을 깍아내리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 사이언스지에서 황교수의 논문을 취소하지 않겠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여전히 과학자 사회의 전통이 살아 있다면 논문게재가 취소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논문 게재가 취소되고, 황교수가 그가 예로 든 다른 미국의 교수처럼 해직될 것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그런 종류의 것이 결코 아니다.

과학적 정직성을 일상생활에서의 정직성이 가지는 의미와 혼합하지 말것, 이를 통해 과학자만이 특별히 정직해야 한다고 대중을 현혹하지 말것, 또한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는 인상은 더더욱 심지 말것. 만약 과학에 관해 정직성을 말한다면 분명히 두 종류의 정직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황교수의 논문 결과가 조작되었음이 추후 밝혀진다면 나는 위의 모든 말들을 깨끗히 취소할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황교수에게 안타깝지만, 여전히 나는 그의 과학적 양심을 믿으며, 그가 과학자 사회의 보이지 않는 견제를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견제 속에서 과학이라는 지식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과학자 사회의 자유견제라는 그 울타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by 취어생 | 2005/11/22 15:25 | 상식과 추측 | 트랙백(2) | 덧글(30)
Tracked from 정글을 탐험하는 공학도 at 2005/11/25 13:32

제목 : 정직의 두 이름: 황우석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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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LibraryOf.. at 2005/11/30 10:59

제목 : 황우석교수사태
ToPic 에서 논의가 길어져서 페이지를 나눴습니다. 관련된 소식이나 논의는 이곳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39&NewsSetID=746&ModuleID=465&bodYN=n&ArticleID=2005112903010529010&l......more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5:43
링크걸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금방 인터넷 뉴스를 보니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이 보이는군요. 저도 한국인으로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에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합니다. 과학의 윤리를 단순히 데이터 조작의 수준으로 국한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반대하구요. 제 생각에 만약 사이언스가 논문 취소를 하지 않았다면 그 것은 황교수의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생명윤리에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지, 그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봅니다. 황교수의 난자 취득 방식은 법률적 문제가 없습니다. 그 당시 생명윤리법이 아예 재정되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연구자는 헬싱키 선언에 근거해 피실험자 등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노성일 병원장은 의사로서 2001년에 재정된 의사윤리지침과 99년에 재정된 생명복제윤리지침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거기엔 의사의 난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요.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5:48
법률적 문제에 관심 없습니다. 과학자들도 보통 사람들이고 평균에서 다양한 변이를 보입니다. 몇가지 의도가 있었습니다. 첫째, 과학자들에게 특별히 과중한 윤리적 짐을 부과하지 말라는 것이고, 둘째, 과학자 사회에서 통용되는 "과학적 정직성"의 의미를 혼동시키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어려운 겁니다. 하지만 두번째는 확실합니다. 님의 경우 전자에 문제제기를 하고 계시는 겁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5:52
첨언/ 만약 연구원의 난자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해도 사이언스지는 논문 게재를 취소하지 못합니다. 그런 전례도 없고 만약 그따위 일이 발생한다면 이번엔 사이언스를 향해 욕을 퍼부어 댈 겁니다. 논문 게재가 취소된 경우, 이와 같은 일은 전무후무 할테니까.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5:53
물론 황교수의 연구가 과학적 결론을 도출하는 데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바로 이 점이 사이언스가 논문 취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의 가장 큰 배경일 테구요. 그러나 황교수의 연구가 획기적이었던 이유는 인간배아복제의 성공이 세계 최초였기 때문이므로 그 전에는 이런 문제가 거론될 이유조차 없었습니다. 윤리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입니다. 네이처지가 이해 관계와 관련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사이언스지의 경쟁지로서 논문이 기재된 사이언스지의 입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주목할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자는 비난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의 입장에 대해 양비론으로 가면서 옹호쪽에 좀 더 무게를 싣고 계신 듯 합니다. 나는 황교수가 비판하는 입장의 논리를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은 황우석 사단, 그리고 난자를 조달한 의사들의 실수였다고 봅니다. 일이 잘 해결될 조짐이 보여서 다행이지만 황우석 사단이 신중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문제는 황교수의 비정직인데, 나는 피츠버그대 교수가 말한 정직 - 그게 두 종류의 정직이라 하더라도 - 을 지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5:57
과학자들에게 그 것이 과중한 윤리적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연구는 황우석 교수의 첫번째 논문과 관련된 연구입니다. 그 이후의 연구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황교수는 그 이후와 같이 연구하면 되었던 것입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5:59
저자의 태도에 대해선 이 블로그의 다른 황교주 관련 글을 보시면 아실테고, 이번 사건이 만약 윤리적 가중치에서 세계최초라고 말하는 거라면, DDT에 준 노벨상을 회수하라고 먼저 말해야죠. 그리고 DDT에 관계된 논문은 모조리 게재를 취소해야죠. 옹호쪽에 무게를 싣고 말고가 아닙니다. 과학의 정직성을 모호하게 합쳐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겁니다. 이 교수의 정직성이 뭐든 간에 그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고 확실히 아닌 부분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윤리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니라 종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십여년이 있었어도 제대로된 논쟁거리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고 감정싸움만 하고 있는 학자들에게 기대할 게 뭐가 있을까요. 애국주의 대 환경주의, 극우 민족주의 대 구식 좌파 의 대결 지겹습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6:02
제가 보기엔 그냥 냅둬도 별일 안생깁니다. 문제는 황교주가 과학의 다양성과 기초를 흔들고 있다는 데에 있는 겁니다.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집중시키게 되면 과학은 죽습니다.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6:09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DDT 문제는 저도 잘 모르는 것이니 논쟁할 입장은 안됩니다. 그러나 나치의 생체실험을 시행한 전범들의 재판하는 단계에서 출발하여 인류가 매우 세심하게 다듬어 온 인권선언들을 그렇게 과학을 죽여버리는, 이젠 너무 지쳐버린 것들로 물과 기름을 분리하듯 분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6:14
문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보진 마십시오. 결국 사이언스가 논문을 취소하지 않고 황교수가 노벨상을 받고 우리 과학계가 세계를 장악하면 그 것으로 다 잘된 것일까요. 그건 옳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해서 취어생님과 저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겠군요. 이제 황교수든 다른 과학자 누구든 간에 황교수 사태가 전례가 되어서 어느 누구도 윤리문제를 가볍게 다를 수 있는 입장이 안됩니다. 그 것을 "내버려 둬도 별 문제 안생기기 때문에" 잠잠한 것이라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과학자가 지켜야 할 윤리는 매우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고 이 것을 지키는 것이 그 과학자의 인간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6:15
여기서 옳지 않다고 한 것은, 이런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뜻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6:21
보편적 인권 따위가 존재한 적도 없고, 현재의 인권선언도 허구임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우리만 인권을 지키자는 것도 웃깁니다. 인권선언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습니까. 그리고 정말 황교주의 사건이 그런 거창한 인권과 직접적 연계가 될만한 사안이었습니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상식적으로 사건을 바라봅시다. 이게 낙태만큼 나쁜 짓이라서 종교계가 발끈 하는지, 이게 마약보다 못된 짓이라서 철학계가 난리를 치는지. 단순히 과학과 연결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것보다 윤리적 짐을 더 져야 할 필요는 없어요. 과학자들은 그게 단순히 과학과 연결되어 있음으로 과중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냅둬도 지금보다 나빠질 게 없을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애초에 우려하던 것보다 나빠진게 도대체 뭐가 있습니까? 아예 연구가 없었어야 합니까? 휘발유를 부은 것은 과학자가 아니라 미친 종교단체들이었습니다. 근데 도대체 그 윤리학자들의 윤리는 누가 보장해 주는 건지요? ^^
Commented by maple-kite at 2005/11/22 16:35
저는 할말 다 한 것 같습니다. 아까 댓글다신 분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아쉽게도 글을 지우셨군요. 취어생님의 의견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도 과학과 관련된 사람이고 한국의 과학계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윤리적 문제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2 16:44
세계적이라는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저도 이만 할말을 마칩니다.^^ 자주 들르세요
Commented by Reibark at 2005/11/22 18:47
취어생님의 말씀이 원론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원론에 약간 극단적인 예를 적용시켜 보겠습니다. 즉 어떤 과학자가 극히 비윤리적인 인체 실험을 해서 수백명을 고통속에 죽게하였지만 그로 인해 정말 인류에게 정말 중요한 생물학적, 의학적 발견(예를 들면 암치료, 혹은 에이지 치료법)등을 발견했다고 칩시다. 이 경우 아마 과학자는 끌려가서 법적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그가 발견한, 예를 들면 저렴하고 극히 효율적인 에이즈 치료법의 성과는 그와 분리해서 과학적 업적으로서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취어생님의 의견이 됩니다.
Commented by Reibark at 2005/11/22 18:52
이 경우 사회는 어떻게 반응을 할까요? 물론 발표 초창기에 엄청난 윤리적 비난이 쏟아질 겁니다. 희생자중에 어여쁜 여자아이라도 섞여 있으면 그 과학자와 업적 자체가 도매금으로 박살이 나겠지요. 어쩌면 그딴 연구 다 필요 없다, 논문이고 시설이고 다 폐기하라! 라고 매도될 것입니다. 하지만 곧 그 연구결과가 에이지를 치료하는데 너무나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가정해봅시다. 자, 사회, 혹은 일반 대중, 그리고 국가는 가치관의 혼란에 빠질 겁니다. 위의 난자 매매는 그나마 합리화시키기가 용의했지만 이경우는 홀로코스트이기 때문에 섣불리 옹호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비난했는데 그 성과는 탐이 나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그럴듣한 말바꾸기가 필요해집니다.
Commented by Reibark at 2005/11/22 18:58
물론 사람에 따라 너무나 큰 윤리적 문제가 있기에 그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나올겁니다만 대세는 범죄는 범죄고, 연구성과는 연구성과다, 라는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솔직히 심정적으로 효과적인 에이즈 치료법을 써먹을 수 있다면 수백명 정도 죽은 것은 잠시 잊어줄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즉 일반 대중은 법률 전문가도 아니기에 타인의 인권의 소중함에 그리 절실해하지 않으며 과학적 가치 그 자체에 그닥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있는 것은 과학적 성과가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이지요. 연구과정에 윤리적, 도덕적, 법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결과가 큰 효용이 있다면 수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도덕적 가치 침해라는 코스트를 상쇄하고도 남는 실질적 결과가 있다면, 비록 수단의 비윤리성을 비난하더라도 그 성과(과학적 업적으로서의 성과가 아닌)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Commented by Reibark at 2005/11/22 19:04
그러면 이번 황우석 교수의 사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윤리적 문제에 대비한 그 과학적 결과 가치가 (일반대중의 시각에 있어서는) 그다지 우월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즉 언론에서 대단하다 대단하다 떠들어대서 대단한가 보다....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황우석 교수의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해 하는 것이죠. 직관적으로 '암 100%치료법'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도출되었다고 볼 때, 지금과 같은 윤리적 문제는 사실 문제거리도 안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렇게 바이트를 낭비하며 장문을 썼으니 결론을 내주어야 하겠지요. 취어생님의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맞습니다만, 현재 우리 사회, 일반대중, 그리고 정부는 그러한 원리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즉 과학자의 양심, 그리고 과학 전체의 발전을 위한 가치등등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니까요. 딱한 일이지만 일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음....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결론이 나는 군요. 처음에 제가 뭘 쓰려고 했는지 저도 깜빡 해서요;;;;)
Commented by Charles at 2005/11/22 21:04
과학자의 사회적 윤리와 과학적 윤리를 분리하여 생각할 때, 황우석 교수의 난자기증 문제는 사회적 윤리의 문제이고 이것이 논문의 신빙성에 연결되는 과학적 윤리의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라는 것이 취어생님이 쓰신 글의 내용이 아닌가요. 덧글에서 제기되는 과학자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 윤리의 문제로 보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저도 황우석 교수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취어생님이 이야기한 것은 그것과는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신승원 at 2005/11/23 00:40
기분 좋게 집에 왔다가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고 있자니 기분이 정말 거지같네요. 윤리 운운하며 들이대는 일부 과학계, 특히 미국과 그 똘마니 하수 노릇하는 일부 국내 과학계및 종교 언론계의 개 헛지랄들. 또 한쪽에선 황교수를 돕겠다고 지랄 발광하는 과학이 뭔지 젖도 모르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헛소리들... 도대체 내가 왜 싸이언쓰하는거야 씻팡. 이러니 이모양 이꼴이지...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3 15:41
/라이바크: 적절한 예를 드셨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됩니다. 그런 일에 관해서 황교수가 여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직성을 둘러 나누면서 연구조작과 관련된 정직성에 대해 과학자사회가 더 민감하다고 한 것이 연구외의 비윤리적인 일에 대한 비판은 필요없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찰스님이 잘 답변해 주셨는데도 답을 다는 것은, 시기가 민감할 때는 글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절실하게 깨닫기 때문입니다.
Commented at 2005/11/23 21: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3 21:58
하이루 ㅡㅡ//
Commented by 좀어이가없네요1 at 2005/11/24 19:20
좀 어이가 없군요. 이형기 교수가 말하는 "과학적 정직성"은 "scientific integrity"의 번역이며, 님이 "scientific integrity"를 주관적으로 재정의해서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면 그야 님의 자유이나 이를 넘어 마치 님의 독특한 해석이 과학자사회 전체 혹은 biomedical sciences 분야 과학자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과 같이 주장한다면 그건 명백한 거짓이 됩니다. 그렇게 강한 주장을 펼치려면 최소한의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지적 예의가 되겠지요. 더도 말고 이제까지 출판된 National Academies의 몇몇 보고서들만 들춰봐도 그런 얘기는 하기 힘들 겁니다.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아 참고문헌들을 알려 드립니다.
Commented by 좀어이가없네요2 at 2005/11/24 19:20
1989년 National Academy of Sciences(NAS)의 Committee on Conduct of Science에서 출판한 보고서 On Being A Scientist, 1992-3년 NAS, National Academy of Engineering(NAE)와 Institute of Medicine(IoM)이 공동으로 구성한 Panel on Scientific Responsibility and the Conduct of Research에서 출판한 보고서 Responsible Science, Volume I: Ensuring the Integrity of the Research Process & Volume II: Background Papers and Resource Documents. 마찬가지로 NAS, NAE와 IoM이 공동으로 구성한 Committee on Science, Engineering and Public Policy가 1995년 출판한 On Being A Scientist의 2판 On Being a Scientist: Responsible Conduct in Research. 마지막으로 IoM의 Committee on Assessing Integrity in Research Environments가 2002년 출판한 보고서 Integrity in Scientific Research: Creating an Environment that Promotes Responsible Conduct 등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Commented by 좀어이가없네요3 at 2005/11/24 19:20
비단 미국 과학계와 의학계만은 아니지요. 마찬가지의 참고문헌들을 영국의 Royal Society나 기타 각 국의 대표적 과학자단체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처럼 전 세계의 과학계와 의학계가 줄곧 심각하게 고민해온 "scientific integrity"의 문제를 과학도 한 분이 어느날 갑자기 "scientific integrity"란 그따위가 아니다 한마디로 날려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자체가 매우 경이롭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공부하고 연구한 과학자사회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던데..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4 21:10
뭐하러 반박을 두군데나 나눠하고 그럽니까. ㅋ 원문 링크 있는데 답글 달아 뒀습니다. 하버드의 일상은 즐겁습니까? ㅋ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1/26 10:20
과학 테두리 안팎의 윤리성이라는 구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인상적인 구분이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취어생 at 2005/11/27 17:22
지금 다시 구분을 하라면 "과학의 정직성"과 "과학자의 정직성"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하는 두 범주로 구분할 것 같습니다. 그게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요즘 듭니다. 그러니까 위 글의 구분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말도 됩니다. ^^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5/11/27 22:26
아, 예.
저는 최종적으로 과학의 정직성과 과학자의 정직성으로 구분해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취어생님의 답글에서도 그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군요.
Commented by 잘구경했수 at 2006/01/08 14:43
과학자는 인간 아닌가, 마치 과학자 만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로 오해 할뻔했다, 내 생각에는 인간의 정직성을 먼저 공부해야 할듯 한데, 당신은 정직이라는 이름으로 더 모순적이며, 자기 중심적으로 보여지는데...어쩌면 이기적인 시기심도 있고, 당신 같은 생각들이 과학계의 50%라면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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